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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이성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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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뀌지 않을거란 생각에 도전하는 방법 <냉소주의적 이성비판>#3 1. 폭로 이후 앞장에서는 계몽주의의 불완전성이 어떻게 냉소주의로 이어졌는지 살펴보았다. 대중의 무지를 이용해 군림했던 권력에게 계몽주의적 폭로는 체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대중을 체계의 수혜자로 편입시켰던 권력 앞에 계몽주의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달콤한 권력은 계몽주의로부터 대중의 눈과 귀를 막는 대신, 시민으로서 혹은 기술노동자로서 충분한 혜택을 주며 그들이 지금의 상태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계몽주의 실패의 다른 요인에 대해 살펴보겠다. 통치체제는 혁명을 통해서든 점진적인 요구 수용을 통해서든 계몽주의적 변혁 요구를 수용해갔다. 그 산물 중 하나는 국민 교육 시스템에 계몽주의적 지식을 보급하는 것 이었고, 덕분에 계몽주의는 시민들에게 빠르게 전파될..
계몽주의는 어째서 냉소주의가 되었는가. <냉소적 이성 비판>#2 1. 계몽주의의 폭로에 관해 앞서 보았듯, 계몽주의는 기존 권력의 허구성을 드러내는데 탁월했으나 더 나은 대안적 권력을 제시하긴 어려웠다. 더욱이, 사회가 대중일반에 영합적이고 더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계몽주의적 폭로가 말하는 사회의 위선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기 싫어서, 그리고 더 나은 사회는 불가능할거라는 회의감에 의해 변화를 포기하였다. 그렇다면, 냉소주의는 구체적으로 계몽주의의 어떤 폭로를 통해 만들어졌을까. 이 장에서 슬로터다이크는 계몽주의의 폭로방식을 몇 가지로 정리한다. 1) 차가운 진실, 따뜻한 거짓 첫 번째 폭로 대상은 신에 관한 형이상학적 믿음이다. 계몽주의자들은 종교 교리의 근거가 되는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
세상은 어차피 망가졌고 삶은 바뀌지 않을 거란 당신에게 <냉소적 이성 비판>#1 1. 세상은 망가진 채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뉴스를 본다. 오늘도 세상에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 환경오염, 사회적 약자, 무능한 정치권, 그리고 그걸 보면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진 나 자신까지.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세상의 문제들을 보며 슬퍼하거나 해결책을 내놓길 포기했고 그렇게 말하였다. “고민해봤자 어차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 따윈 없다.” “지금 세상도 충분히 좋다.” “윤리나 도덕 모두 위선이고 아무 쓸모 없을 뿐이다.” 이런 반응에 대해 여전히 누군가는 비난을 퍼붓지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 삶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들이 보기에 한 사회의 문제라는 건 너무도 거대해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