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학> 앤서니 기든스 #4(사회학의 조건3)
해당 글은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사회학」 을 읽고 쓴 정리글로 여러 편으로 나눠 개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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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 사회학의 탄생 및 발전
- 사회학 이론
- 사회학 연구 살펴보기
앞의 글 요약
사회학의 연구과정은 다음과 같다.
- 질문 제기 - 연구하길 원하는 영역에서 막연한 수준의 질문을 제기한다.
- 선행연구 검토 - 질문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필드의 현황을 파악한다.
- 주제 설정 - 선행 연구 검토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가 필요하면서도 연구자 재량으로 가능한 영역을 주제로 설정한다.
- 연구 설계 - 연구 주제에 맞는 연구 방법(설문조사, 인터뷰, 실험, 역사 자료 검토 등)을 계획한다.
- 결론 및 의의 정리 - 연구를 진행하여 얻어진 결론의 의의를 정리한다.
인과관계에 관해
사회학은 과학과 동일하게 현상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학문이다.
이 글에서는, 인과관계란 무엇인지, 사회학을 다른 학문과 구분가능하게 만드는 세 번째 조건인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에 대해 다룬다.
1. 인과성과 상관성
사회적 행위와 사회학적 맥락의 관계는 상관관계 혹은 인과관계로 구성된다.
여기서 두 용어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상관관계
요소 간에 일정한 변동 관계가 존재하는 것, 즉 하나의 요소가 변할 때 다른 요소들도 함께 변화하는 관계이다. 다른 말로는 공변(共變)관계라고 부른다.
인과관계
한 변수의 변화가 다른 변수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과관계의 종류
(1) 직접적 인과관계
한 변수와 다른 변수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ex) y = 2x+ 3
: 변수 x의 변화가 y의 변화를 직접 초래함
(2) 간접적 인과관계
한 변수와 다른 변수가 하나 이상의 매개변수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ex) t=x-5, y = 2t+ 3
: 변수 x의 변화가 t의 변화를 초래하고, 변수 t의 변화가 변수 y의 변화를 초래함
(3) 상호 인과관계/순환적 인과관계
두 변수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로 상호작용 하는 경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
둘 다 공변관계라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추가적으로 선후관계를 만족하여야 한다.
선후 관계란, 항상 시간적으로 어느 하나가 먼저 변한 후에, 다른 하나의 변화가 뒤따라 오는 것이다.
이때, 먼저 변하는 쪽이 원인, 뒤따라 변하는 쪽이 결과이다.
(ex) 기온과 자살충동간의 인과관계 ?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봄,여름이 가을,겨울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기온이 상승할수록 자살충동이 증가한다는 인과관계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두 변수는 공변관계이지만, 인과관계가 아니다.
그 대신, '구직 및 노동활동'이 봄여름에 증가하며 이로 인해 실직자들의 무력감이 자기 비하와 자살충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이 높다. 따라서 이 둘은 구직 및 노동 활동이라는 제 3의 변수에 각자 연결되어 있으나 둘 간의 직간접적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사회적 통념의 인과관계 생산
사회는 인과관계에 관한 상식을 생산하고 구성원에게 배포한다.
사회학의 역할은 사회적 통념이 믿는 인과관계가 참인지, 아니면 상관관계나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지 검증하는 것이다.
(ex.1) 학업 성적과 미래 연봉 간의 인과관계
많은 사람들은 학생의 노력이 학업 성적을 결정하고, 학업 성적이 대학을, 대학이 미래 연봉을 결정짓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런 인과관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대신, 학생의 부모가 가진 재력, 자녀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들을 결정짓는다고 본다. 즉, 이들은 제 3의 변수에 종속된 상관관계(공변관계)에 불과한 것이다.
(ex.2) 담배와 폐암 간의 인과관계
사회적 통념은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고 간주한다.
하지만, 담배와 폐암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나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혹자는 폐암에 걸릴만한 유전적 기질이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담배를 필 개연성이 높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3. 사회학적 인과의 불확실성의 원리
사회학과 자연과학은 현상의 인과관계를 경험적으로 검증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과학의 인과관계는 기계적으로 확실한 반면 사회학의 인과관계는 불확실성의 여지가 있다.
예컨대, 1기압에서 물이 섭씨 100도씨에 수증기가 되는 건 언제든지 참이다.
반면, 인간 사회에는 그런 확실한 법칙을 수립하기 어렵다.
이는 인간의 행위의 인과관계는 다른 자연물과 다르게 이중적 기능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1) 인간 행위의 이중적 기능 인과관계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에 따르면, 사회적 제도와 구성원의 행위는 두 가지 기능으로 명시적 기능과 잠재적 기능으로 구분된다.
○ 명시적 기능
- 사회구성원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숨겨진 기능이다.
- 예컨대,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상식 전반에 영향끼치며, 국가와 국민, 시민의식, 역사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 잠재적 기능
- 사회구성원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숨겨진 기능이다.
- 예컨대,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상식 전반에 영향끼치며, 국가와 국민, 시민의식, 역사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 또한, 교육을 주관하는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
사회학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있어서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거시사회학자들은 대개, 개개인의 의도와 관련있는 명시적 기능보단 잠재적 기능이 사회를 더 잘 설명해준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명시적기능이 일종의 세뇌에 불과하며 사회학적 인과관계에 전혀 영향미치지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
반면, 미시사회학자들은 명시적 기능이 허위적 믿음에 불과할지라도 잠재적 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ex) 노동과 자본축적은 소비를 위한 활동에 불과한가.
사회학자 막스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출현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연구했다.
당시 유럽은 아시아나 다른 문명에 비해 생산력이나 노동력, 자본축적의 정도에서 현저히 뒤쳐지는 수준이었으나,
자본에 관한 사람들의 새로운 사고방식인 '자본주의 정신'이 등장했다.
자본주의 정신이란, 자본 축적을 소비가 아니라 더 큰 자본의 축적으로 이어나갈려는 의지를 말한다. 재산을 축적하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히 보이는 현상이었지만, 이런 축적의 목적이 사치나 향락이 아니라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면서 오히려 소비를 절약하는 것은 독특한 사고방식이었다.
막스 베버는 이러한 정신이 프로테스탄트 교파 중에서도 칼뱅주의의 직업소명설과 구원예정설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칼뱅주의는 어떤 인간이 구원받을지는 이미 신에 의해 예정되어 있으며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다. 이렇게만 보면, 인간은 자신이 구원받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도 소용없어 절망적일 수 있지만, 인간은 자신의 구원이 이미 예정되어있다는 징표를 자기 직업의 번창과 부의 축적에서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프로테스탄트 교도들은 소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구원받았다는 위안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하고 부를 축적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정신이 의도치 않게 서구의 자본축적과 자본주의를 출현시켰다는 것이 베버의 결론이었다. 따라서, 베버에게 사회학에서 연구해야할 주된 대상은 사람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부여하는 의미에서 시작한다.
결론
인간의 행위의 사회학적 맥락은 명시적 기능과 잠재적 기능으로 구분된다. 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자기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행위하기 때문이다. 이 둘은 복잡한 상호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인과법칙은 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과성의 불확실성의 원리야말로 사회학을 다른학문과 구분짓는 세 번째 조건이다.
4. 인과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
※ 이 책에는 없는 내용으로 필자(나)가 임의로 추가하였다.
역사학과 사회학은 사회 현상의 맥락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이 연구하는 인과관계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역사학
- 특정 사건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인과관계를 추적한다.
- 특수한 인과관계란, 특정한 시대와 공간에만 한정되는 인과관계다. 당대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현재의 시공간을 예측하는 데 무리가 있다.
(ex)
홀로코스트의 원인 연구에서 독일 내에 ‘반유대주의’나 ‘나치 정권의 등장’은 당시의 독일 사회, 혹은 당시의 유럽에만 국한되는 특수한 인과관계이다.
사회학
- 근현대 사회 모두에 존재하는 보편적 인과관계를 추적한다.
(ex)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에서 홀로코스트의 원인을 관료제, 과학기술, 정부의 권위주의, 산업 시스템 등 다른 사회에서도 볼수 있는 요소들로 보았다.
이런 인과관계의 변수가 되는 현대적 시스템은 오늘날 사회 전반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적용할 수도 있다.